“나이 들면 다 그런 거지 뭐.”
무릎이 시큰거리거나 허리가 뻐근할 때 우리는 흔히 이렇게 넘겨버립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조금 다릅니다. 퇴행성 관절·척추 질환은 노화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노화 · 유전 · 생활습관이라는 세 가지 축이 함께 얽혀서 만들어내는 결과입니다. 왜 같은 나이인데도 어떤 사람은 멀쩡하고 어떤 사람은 일찍부터 아픈지, 그 이유를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척추와 관절의 노화는 서른 살부터 시작된다
사람의 척추와 관절은 평균적으로 서른 즈음 성장이 최고조에 이르고, 그 이후부터는 서서히 늙어갑니다. 문제는 예전보다 우리가 훨씬 오래 산다는 데 있습니다. 1980년대만 해도 척추나 관절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일이 흔치 않았지만, 지금은 평균수명이 크게 늘면서 40~50대에 시작된 통증을 안고 이후 40~50년을 더 살아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그만큼 척추와 관절을 오래, 잘 유지하는 일이 예전보다 훨씬 중요해진 셈입니다.

부위마다 다른 노화 속도
척추와 관절을 이루는 조직들은 노화 속도가 제각각입니다. 말초신경이 가장 늦게 늙고, 근육과 뼈가 그다음이며, 연골·힘줄·인대 같은 ‘힘 받는 연부조직’은 서른 즈음부터 가장 빠르게 노화합니다.
허리 디스크, 목 디스크, 무릎의 반월판 연골, 어깨의 회전근개힘줄이 바로 이 연부조직에 해당합니다. 뼈와 근육이 아직 튼튼해도 이 조직들이 먼저 손상되기 때문에, 운동을 할 때 유독 통증이 먼저 찾아오는 것입니다.
통증이 전혀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이 사실이 더 분명해집니다.
- 평생 허리가 아픈 적 없는 성인 98명 중 64%에서 디스크 이상 소견 발견
- 어깨 통증 없는 50세 이상의 30%에서 회전근개힘줄 손상
- 무릎 통증 없는 50세 이상의 28%에서 반월판 연골 손상
즉, 지금 안 아프다고 해서 관절과 척추가 전혀 늙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이런 무증상 퇴행은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흔한 현상입니다.
유전적 요인의 영향
퇴행성 관절염이나 디스크 질환이 단순한 유전병은 아니지만, 관절과 디스크가 약한 체질을 물려받으면 같은 나이·같은 생활습관이라도 훨씬 일찍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쌍둥이 연구에 따르면 손·무릎·고관절 골관절염의 유전율은 39~65%에 달하고, 요추와 경추 디스크 퇴행의 유전율은 70%를 넘는다고 보고됩니다. 영국 여성 쌍둥이 연구에서도 디스크 퇴행 정도가 허리 통증을 예측하는 가장 중요한 단일 요인으로 확인됐습니다. 체질적 요인이 생각보다 크게 작용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흔한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유전이 그렇게 중요하면, 아무리 관리해도 소용없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유전율이 40~70%라는 말은 뒤집어 보면 나머지 30~60%는 여전히 생활습관과 환경으로 결정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체질량지수(BMI) 같은 생활습관 요인이 무릎 골관절염에서 유전적 영향의 크기 자체를 조절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유전적 위험이 있어도 체중 관리 등을 통해 그 발현을 늦추거나 줄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비유하자면 이렇습니다. 유전은 타고난 몸의 ‘기본 설계도’이고, 생활습관은 그 몸을 얼마나 아끼며 쓰느냐입니다. 설계가 약하게 태어났어도 잘 관리하면, 튼튼하게 태어나 함부로 쓰는 경우보다 오래 갈 수 있습니다.
운동과 관절 손상의 관계
연부조직이 뼈나 근육보다 먼저 약해지기 때문에 딜레마가 생깁니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 전체가 약해지고, 운동을 하면 이미 약해진 연골·힘줄·인대가 다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꼭 기억할 점은 “나쁜 운동은 없다”는 사실입니다. 문제는 운동 자체가 아니라, 이미 손상된 척추와 관절에 맞지 않는 운동을 골랐다는 데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지금 내 척추와 관절이 감당할 수 있는 부담의 크기를 정확히 아는 것입니다.
노화, 유전, 생활습관의 상호작용
정리하면, 퇴행성 근골격계 질환이 언제, 얼마나 심하게 시작되는지는 다음 세 가지가 겹쳐서 결정됩니다.
- 노화 — 서른 즈음부터 연부조직이 먼저 약해지는 자연스러운 변화
- 유전적 소인 — 관절과 디스크의 선천적 강도 차이
- 생활습관 — 체중, 자세, 운동의 종류와 강도
결론
노화의 흐름과 유전은 스스로 바꿀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내 척추와 관절이 어느 정도 손상되어 있는지를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운동 강도와 종류를 고르는 일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부모님이 무릎이나 허리가 약하셨다면 “이미 정해진 운명”이라고 포기할 게 아니라, 오히려 지금부터 체중 관리와 바른 자세,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운동을 더 철저히 챙기는 것이 현명한 대비책입니다. 유전적으로 약하게 타고난 관절과 척추일수록, 앞으로 내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그 차이는 훨씬 크게 벌어지기 때문입니다.수록, 앞으로 내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그 차이는 훨씬 크게 벌어지기 때문입니다.